"70살까지 애 뒷바라지 못해요"…30대男마저 딩크 택한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허모(39·남)씨는 자녀를 갖지 않을 가능성이 큰 예비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이다. 육아와 관련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허씨는 “나처럼 내 자녀의 독립 시기도 늦어질 수 있는데 40대에 아이를 낳아 70대까지 경제활동을 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허씨처럼 육아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남성이 많아졌다. 7일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만 25~39세 남녀 10명 중 3명(34.3%)은 향후 출산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무자녀’를 고려하는 경향이 커졌다. 신한라이프가 3~4월 전국의 만 25~39세 남녀 700명(미혼ㆍ무자녀 기혼)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연령ㆍ성별로 살펴보면 만 25~29세에서 무자녀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여성의 경우 52.2%로 절반이 넘었다.
남성은 19.8%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을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은 여성이 26.1%, 남성이 6.3%였다. 하지만 30대 후반으로 가니 성별 격차가 줄었다.
무자녀를 고려 한다는 응답은 여성이 44.4%, 남성이 32.2%였다.
예비 딩크족은 여성 19.4%, 남성 14.8%로 4.8%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결혼 5년차 이하인 신혼 부부 절반이 무자녀
딩크족이 느는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직장인 김모(28·여) 씨는 “결혼과 출산을 하면 돈을 모으고 집을 사는 게 훨씬 수월할 것 같다”며
“다만 내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건 엄마의 경력단절 등 희생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런 걸 감내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자 상사들은 대부분 낮은 직책에 머물러 있다”며 “사측의 차별도 없지 않겠지만 스스로 일ㆍ육아 병행에 대한 부담 때문에 팀장직을 고사하는 걸 보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아예 ‘비혼’을 선호하는 추세도 확산하고 있다. 미혼남녀 10명 중 4명(40.4%)은 결혼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비혼 의향이 남성보다 높았는데, 특히 25~29세의 경우 여성은 52.6%로 남성(21.6%)의 2.4배 수준이었다.
이들이 꼽은 혼인 감소 이유 1위는 집 마련 등 결혼 비용 증가(남 38%, 여 31%)였다.
다만 여성 응답자들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10.9%)’ ‘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10.5%)’ ‘남녀간 갈등 심화(10%)’를 남성보다 많이 꼽았다.
'비혼 출산' 57%가 긍정적인데…법적 혼인 아니면 혜택 '제로'
인구절벽 등 출산율 저하에 따른 대안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부각되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가족=출산’이라는 법적·사회적 인식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거 등 혼인하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통계조차 없다. 이른바 ‘○인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비혼 동거’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마저 이뤄지지 못하면서 출산·육아에 따른 혜택에도 사각지대가 수두룩하다. 이른바 통계의 부재가 만든 비혼 출산에 대한 ‘역차별’ 현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5.2%로 2018년(56.4%)보다 5.5%포인트나 증가했다. 결혼 없이 동거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2012년(45.9%) 이후 매년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60% 선을 돌파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이도 4년 전(30.3%)보다 3.4%포인트 증가한 34.7%를 기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21년 서울시 거주 20~60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20~40대 여성 26.2%가 ‘비혼 출산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30대가 32.8%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28.4%)·20대(21.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절반가량(47.9%)은 ‘우리 사회가 비혼 출산에 대해 더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미 포용적’이라는 답은 14.0%에 불과했다. 38.1%는 ‘(비혼 출산 포용이) 현재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20~40대를 중심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차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통계 등 현실은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계청은 인구·고용 등 총 22개 부문에 대한 통계를 조사·작성하고 있으나 동거 등 이른바 ‘혼인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이들에 대한 조사는 전무하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 동거가 일상화된 사회로, 세계적으로 변화하다 보니 우리나라도 바뀔 수 있다고 예상된다”며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한 국내 통계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함께 사는지 여부를 조사하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비친족 가구를 넘어 (동거 여부까지) 통계조사가 이뤄진다면 (비혼 출산 등)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거 등을 조사 명목에 포함시켜 명확한 통계조사가 이뤄진다면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7일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심포지엄 초청 강연에서 저출산 위기 극복 방안으로 강조한 비혼 출산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콜먼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은 극단적으로 비혼 출산이 적은 나라”라며 “2750년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출산율이 높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 비혼 출산은 전체 출산의 30% 이상”이라며 “비혼 출산이 아니었다면 이 국가들도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혼인’이라는 가족 개념에 막혀 기존 출산 등 법적 지원에서도 비혼 출산 가구는 제외되고 있다. 민법 등 법률상 제한한 가족 개념이 현행법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비혼 출산 가구가 혜택·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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